Poem

서산대사

성연이 2013. 8. 12. 10:35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묘향산(평강남북도와 자강도 사이에 위치한 해발 1909m) 원적 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휴정: 1520-1604)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 같은 시를 읊고 닌 후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 하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