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 룩셈부르크
독일 연방 자체는 신생국이었다.
한때 신성로마 제국으로 느슨하게 묶여 있던 독일이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철혈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의 활약으로 프로이센의 왕 빌헬름 1세가 1871년에
독일 연방의 카이저가 되었다. 그 이전까지 독일의 35개 주는 대부분 오스트리아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1904년은 러,일 전쟁이 발발한 해였다. 이 전쟁은 제국주의 국가 간에 벌어진 첫 전쟁으로 앞으로서
유럽과 전 세계를 휩쓸어 버리게 될 광기의 서막이었음에도, 당시 사람들은 전쟁과 혁명으로
얼룩지게 될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지 못했다.
러,일 전쟁에서 패전한 러시아에서는 혁명의 불씨가 넓게 퍼져가고 있었다.
암살된 차르 알렉산드르 2세는 농노를 해방시킨 개명된 군주였다. 그러나 그를 승계한 알렉산드르
3세는 철권통치로 돌아섰고, 1894년 즉위한 차르 니콜라이 2세 역시 언론을 통제하면서 시베리아
유형과 해외 추방을 무기로 강력한 통치체제를 고수하려고 했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상위 5퍼센트의 귀족과 자본가들이 전 국토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국민의 85퍼센트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속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첫 번째 시민혁명이 발발했다.
1905년 1월 22일 일요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정교도 신부인 게오르기 가폰
(Georgii Apollonovich Gapon)각주9) 이 수만 명의 시위대를 이끌고 황제가 있는 동궁(Winter Palace)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단순히 황제에게 청원하기 위한 평화적인 시위였다.
차르의 기병대는 이 시위대를 향해 수차례 돌격을 감행했으며,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희생자 중에는 여성과 아이들도 끼어 있었다. 이것이 바로 러시아 혁명의 기폭제가 된 '
피의 일요일' 사건이었다.
유럽 각국 사회주의자들의 연대에 실패한 러시아 혁명은 점차 부르주아 혁명으로 변질되어 갔다.
총 파업은 연이어 실패하고 알렉산더 파르부스(Alexander Parvus)각주10) 와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는
체포되었으며 레닌은 가까스로 핀란드로 탈출했다.
이 와중에 로자에게는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 레오와의 관계가 끝난 이후 그녀에게는 여러 명의
남자들이 있었지만, 혁명 동지인 클라라 체트킨의 아들 코스티아 체트킨과의 관계는 대단히
심각했다. 코스티아는 로자보다 열다섯 살이나 연하였다.
그녀의 역작 《자본축적론》
1914년 7월 29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군이 사라예보에 대한 포격을 개시함으로써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이튿날 러시아의 차르 니콜라이 2세는 러시아군을 동원했다.
당시 모든 유럽 국가들은 군사동맹에 얽혀 있었다. 다음날 카이저 빌헬름 2세는 러시아와
러시아의 동맹국인 프랑스에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거절당했다.
8월 1일 독일에 동원령이 내려졌다. 그러자 프랑스 역시 동원령을 내렸다. 그날 오후 독일은
러시아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고, 사흘 후에는 프랑스에 대해서도 선전포고를 했다.
사회주의자들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불과 열흘 후인 8월 9일 파리에서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이
열릴 예정이었다. 일부 사회주의자들은 민족주의자로 재빨리 돌아섰다. 독일 사민당의 의회그룹은
의회에서 카이저가 요구한 국방예산을 통과시켰다. 8월 1일부터 시위와 공공집회를 금지하는
법안에도 동의했다. 이것은 명백한 배신행위였다. 불과 며칠 전인 7월 25일 사회당 집행위원회의
명의로 낸 성명서를 완전히 뒤집는 파렴치한 행위였다.
독일 사민당은 스파르타쿠스 단에 대한 승리를 자축했다. 그들은 이러한 비열한 행위로 궁극적인
승리를 거둔 쪽은 보수주의자들과 맹목적인 애국주의로 무장한 제복을 입은 폭력배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 당은 1920년 초반부터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해 1933년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사민당을 누르고 집권한 다음 바이마르 공화국을 끝장냈다.
대다수 독일인들은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혹독한 독재와 폭력, 인종 대학살,
그리고 또 한 번의 세계대전을 겪어야만 했다. 사회주의자들의 보이지 않는 손실도 컸다.
로자는 레닌의 카리스마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주의 이론가였다
레닌이 혁명을 배반한 대가로 혁명은 그를 배반하고 결국 스탈린이라는 괴물을 창조했으며,
그의 아류들이 한때 세계의 절반을 지배하는 참혹한 결과를 빚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