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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루 우잘라

성연이 2018. 7. 21. 21:24


야만인과 문명인의 인식구조와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은

서로 이해하기 힘든 벽이다.

시베리아의 원주민 데스루는 산속에서 움막을 치고 평생을 살아 온

자연처럼, 바보처럼 선량한 사냥꾼이다.

그곳에 지형 탐사대가 오게 되고 데스루는 그 일에 안내인이 된다.

그는 자연의 혹독함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자연의 사람이다.

데스루와 운명적인 인연을 맺게 된 사람은 지형 탐사대의 장교다.

 

장교는 임무 수행 중 자연 재해로 몇 번인가 목숨을 잃을 뻔 했지만

그때마다 자연과 교감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데스루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기곤 한다.

뼈를 보고 사인을 정확하게 밝혀내고 바람과 구름을 보고 날씨를 예측해

내는 데스루의 감각은 아마도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감각이며 지혜이다.

장교는 데스루에게서 현대인에게는 없는 인간이 지닌 참 모습을 본다.

 

세월이 흘러 거동하는 것조차 불편해진 데스루를 위해 장교는 도시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 간다.

야만인에게 문명이란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일 뿐이다.

데스루는 문명에 결코 적응하지 못하고 예전 생활만을 그리워하며

고립되어 외로움에 빠진다.

비록 험하고 불편할지라도 자연이 그에게는 훨씬 좋은 곳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 법.

산 속으로 되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하는 데스루를 더 이상 말릴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장교는 데스루에게 멋진 사냥 장총을 선물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스루가 죽었다는 통보를 받는다.

장교는 충격에 빠진다.

최신 장총에 눈독을 들이던 누군가가 그를 죽인 것이다.

무덤을 찾아 애도하는 장교는 세상에 다시없을 소중한 인간을

잃은 좌절에 빠진다.

 

만약 데스루가 장교를 만나지 않았다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잠시나마

고통으로 겪지 않았을 것이고 선물로 받고 기뻐하던 그 장총이 그에게

없었다면 그렇게 불행하게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운명이란 막을 수 없는 우연한 일들의 연속이다.

            

    20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