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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모두 얼려 버리는 지독한 냉기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김 수영- 아내 나쓰에가 무라이라는 젊은 의사와 연정에 빠지는 날 어린 딸 루리코는 참혹한 시체로 변하고 만다. 무라이와 함께 있고 싶은 욕망 때..
마비된 삶을 깨우는 마지막 보루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자존심을 갖는다거나 느끼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더블린 사람들은 인간의 정신적 마비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수치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프노자 - ..
비극을 예감하는 둔탁한 무거움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미국의 비극"(미국 판 죄와 벌) 기쁨과 슬픔은 상대적이다. 그러니까 순수한 기쁨이나 순수한 슬픔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클라이드라는 남자의 고뇌는 미모와 부를 겸비한 자신의 신분 상승의 기회로 다가 온 '손드라' 때문에 생..
포기할 수 없는 허무한 찬란함 조르지 아마두의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 정신주의에서 성적 쾌락은 정신적 쾌락의 장애물이 된다. 반면 관능주의라고 해도 좋을 전통은 몸과 마음의 능력이 정확히 비례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몸이 기쁨으로 충만했을 때 우리의 마음도 기쁨으..
작은 불행을 선택하는 비극 프랑수아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의 스승인 슈만의 여인 클라라를 평생 흠모했던 것 때문에 제목을 그렇게 붙였는지도 모르겠다. 클라라는 브람스보다 14살 연상이다. 19살에 슬픔이여 안녕을 쓰고 24살에 이 소설을 썼다는 사강은 사랑을 믿는냐..
사랑을 좀 먹는 파괴적인 암세포 피에르 쇼데를로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서양사 계몽주의 시대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아가페의 절름발이 사랑을 제치고 에로스가 완전한 사랑의 권좌에 올랐기 때문이다. 아담과 이브처럼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희대의 바람둥이 발몽 자..
불확실해질수록 더 절절해 지는 기다림 챨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희망은 예언처럼 다가온다. 핍이라는 불우한 소년의 희망과 좌절과 미몽의 과정을 그렸다. 자본주의 속에서도 작동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희망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타인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이다. 핍에게 에스텔러..
의심의 먹구름이 걷히는 상쾌함 대프니 듀모리에의 "레베카" 의심은 강자에 대해 품는 감정이다. 약자는 강자의 내면을 의심한다.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연상케 하는 소설이며 히치콕이 만든 영화다. 부유하고 매력적인 귀족과 결혼한 어린 여인에게 사랑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