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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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의 첫 번째 키스Movie 2019. 1. 2. 17:23
사랑스런 그녀는 아침이면 어제의 일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 상실증. 기억에 없으면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아침에 눈을 뜨면서 항상 생애 첫날이다. 기억에 없는 사랑은 어떻게 되는가. 좋아하던 사람이 언제부터인가 싫어질 수도 있다.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 삶은 엉망이다. 그녀는 삶의 질서를 잃지 않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면 DVD를 작동한다. 기억을 잃게 된 원인이 된 사고를 담은 장면, 지금 옆에 있는 생면부지의 남자와 결혼하는 장면, 아이를 낳는 장면 등등이다. 사실은 새롭지 않은 새로운 기억의 연장으로 삶을 이어져 갈 수 있다. 만약 DVD를 보지 않는다면 그녀는 온전히 매일 아침 마다 새로운 존재가 된다. 망각은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 가리지 않는다. 영상에는 긍정적인 것만으로 편집해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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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일본 영화)Movie 2018. 7. 21. 21:26
누군가에게 짐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도 외로운 일이라고 혼잣말처럼 되뇌이던 여자. 이 여자의 애인은 유부남이며 직업은 판사이고 말 수가 적은 편이다. 어느 날 역에서 전차를 기다리던 두 사람, 여자는 남자에게로 슬며시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어 보이며 차가 달려오고 있는 선로 위로 몸을 날린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 낼 수 없었다는 자괴감과 충격에 빠져 삶의 의욕을 모두 잃고 만다.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 국선 변호사를 자처하고 한적한 지방으로 내려 와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간다. 살아 있으니 하는 수 없이 사는 그런 삶. 대체로 일본인들의 인간미 없어 보이는 거리두기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모두가 원하지 않지만 가족조차도 두어야 할 거리는 분명히 있다. 집을 떠나 몇 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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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영화Movie 2018. 5. 6. 19:34
그들에게서는 감정의 디테일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오히려 일상저인 덤덤한 태도에서 경이가 생긴다. 감정의 과잉이 무지에서 기인한다면... 그들의 덤덤함은 지적이라고 봐야 하는가. 한 남자는... 단순하고 약간은 어리석어 보이는 경비원이다. 남자의 일상 속으로 악한 의도를 갖고 끼어 들어 온 한 여인. 여자의 훤히 보이는 속셈에도 남자는 속는지 속아주는지... 이는 사랑의 마법으로만 이해되리라. 그럼에도 남자의 무미건조한 삶에 활력이 수혈된다. 남자는 사랑하고 여자는 그 사랑을 이용한다. 남자는 여자와 함께 보석상을 털고 남자 혼자 범인으로 누명을 쓴다. 남자는 사건의 전말에 여자를 개입시키지 않는다. 자신이 다 뒤집어쓰는 것이다. 마법에 걸렸으니.... 남자는 교도소에서 복역 중에도 해야 할 일을 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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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쉴레Movie 2018. 5. 6. 19:13
스물여덟 살로 짧은 생을 마감한 화가 에곤 쉴레의 사인은 1918년 당시 유행하던 에스파냐 독감이었다. 무서운 인플루엔자가 에곤 쉴레와 아내 에디트, 뱃속 아이를 한꺼번에 앗아갔다. 첨예하게 자신을 표현한 자화상이 대변하듯, 에곤 쉴레가 지닌 나르시시즘적인 성향은 자기 안의 내밀화된 '성'을 그리는 것에 대한 욕망으로 구체화 되며 작품들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감춰지면 감춰 질수록 타락하는 것 그의 작품은 성적 욕망을 자극하지 않을뿐더러 쾌락적이지도 않다. 본래 '성'은 인간의 생명을 잉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근본적인 장치이자 힘이다. 그가 애지중지하던 커다란 전신거울은 작품의 모델이 된 자신과 여동생 게르티 그리고 소녀이자 여성인 여러 모델에게, 그들이 지니고 있는 '진짜 모습'을 들여다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