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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당황(CONSTERNATIO)강신주/강신주의 감정수업 2014. 4. 5. 21:49
멘붕, 즉 멘탈 붕괴와 함께 오는 두려움
D,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
대개 금기는 숨겨진 욕망을 자극한다.
대개의 금기는 정치적이거나 성적이거나 아니면 종교적인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채털리부인의 연인”에서 코니는 남편에 대한 환멸이 깊어
갈수록 정신과 육체가 통일되어 있는 진정한 사랑을 꿈꾸게 된다.
실은 주인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면서 당황스러운 쪽은 사냥터지기 멜러즈다.
자신은 원하지도 않았음에도 귀족 주인과 그 마나님이라는 거대한 고래 싸움에
끼게 된 불쌍한 새우 신세가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멘붕 상태가 된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내 안에 전혀 예상치 못한 욕망을 발견할 때 우리는
당황한다. 즉 생각했던 나의 모습과 살아서 욕망하는 나 사이의 간극이 확인될
때 발생하는 감정이다.
따라서 당황의 경험을 통해 진정한 자신 혹은 맨얼굴을 만날 수가 있다.
스피노자- 당황이라는 감정은 인간을 무감각하게 만들거나 동요하게 만들어
악을 피할 수 없도록 만드는 두려움이라고 정의 된다.
무감각하게 된다는 것은 악을 피하려는 그의 욕망이 경이로움에 의해 제약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동요하게 된다는 것은 악을 피하려는 욕망이 다른 악을 고려하는
소심함에 의해 제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의 주인공 멜러즈, 코니, 클리퍼드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모두 당황의
감정에 놓여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는 혹은 자신을 믿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가면의 욕망과 맨얼굴의 욕망이 내면에서 충돌하는
감정이다. 그러나 무조건 맨얼굴의 욕망 즉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하고
경이롭게 생각하는 욕망이 이길 수밖에 없다. 그 맨얼굴을 부정하고 거부
하면서 계속 가면을 추구한다면 그럴수록 더욱 피폐해지고 무기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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