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연민(COMMISERATIO)

 

타인에게 사랑이라는 착각을 만들 수도 있는 치명적인 함정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 -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작품 첫 장에 나오는 말이다.

 

"연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으로서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으로 

함께 고통을 나누려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방어한다.

또 하나는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으로, 이것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분명하게 알고, 힘이 닿는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진정한 연민을 말한다."

 

그녀는 대저택을 가진 졸부의 딸로 하반신이 마비된 불구의 여자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연회에 초대된 그는 그녀에게 춤을 청하는 실수를

하고 만다.  그 일로 인해 연민을 갖게 된 그는 그녀를 자주 방문하지만

그의 연민은 오래 가지 못한다.  연민은 양날을 갖는다.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손을 떼고 특히 마음을 떼야 한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아서 처음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치료도 되지만

그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중단해야 할 때의 시기를 놓치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언젠가는 ‘안돼’ 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게 마련인데 그 거절로 인해 환자가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은

사람보다도 자신을 더 증오하게 될지라도 그렇게 말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있게 된다.  때문에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연민은 무관심보다도

더 좋지 않을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연민에 굴복한다면 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

연민이 잘못 해석되면 아주 위험하다. 자신이 상대의 열정을 통제할 수

없을뿐더러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설사 의지가

있다 할지라도 자신을 탐하는 상대의 욕망 앞에서는 그 의지조차 무기력

해지는 법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좋은 감정이다.  사랑은 함께 있을 때는 기쁨을 반대로 떨어져 있을 때는

슬픔을 가져다주는 감정이다. 이에 반해 연민은 남의 불행을 먹고사는

감정이기에 상대방이 불행에서 벗어나는 순간 연민의 감정은 사라지고

자신은 비극으로 끝나게 된다.

 

스피노자- 연민이란 자신과 비슷하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타인에게 일어난

               해악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즉 타인의 불행에서 생기는 슬픔이다.

연민은 사랑이 아니다. 연민에는 불행한 타자를 도울 수 있는 자부심이

깔려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서의 느끼는 감정이 연민이다.

중요한 것은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다. 남을 도와주고 남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겠다는 결심은 즐거운 일이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이

남에게도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연민의 감정은 양날을 가졌으며 그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제때

중단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