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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영원한 처녀좋은 글 2011. 8. 29. 14:49
아줌마는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거리다.
지루하지 않게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오솔길이며
잡초에게도 공간을 허용한 넉넉한 꽃밭이다.
사계절이 걷는 오솔길과 펼쳐진 꽃밭에 한꺼번에 모여 있다.
그렇기에 아줌마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사계절의 꽃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진달래와 개나리,
그리고 화사한 목련꽃이 봄날의 기지개를 펴는가 하면,
곧이어 채송화, 백일홍, 장미, 나팔꽃이 활짝 아침을 맞이하고,
코스모스의 한들거림과 국화향기를 에메랄드빛 하늘에 날린다.
추운 겨울에도 하얀 눈을 헤집어 올라 에델바이스가 핀다.
매화꽃이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아줌마는 영원한 꽃이다.
온실이 아닌 대자연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처녀,
“나도 처녀 때에는......”하며
말끝을 흐리는 아줌마의 가슴은 영원한 처녀다.
시들지 않은 꿈도 있고 숨겨진 수줍음도 있다.
거친 세파에 던지는 큰 목소리를 뒤로하며
아줌마가 울 때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것은 처녀보다 더욱 여린 가슴을 가졌기 때문이다.
처녀보다 더욱 꿈도 많고 수줍음도 많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아저씨들은 아줌마의 눈물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황금빛 석양이 눈가에 내려앉는다.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처녀의 안타까움이 눈부시다.
“당신이 중년여성이라고요?
천만에요, 당신은 영원한 처녀입니다.
만 가지 꽃이 활짝 핀 가슴이 눈에 보이는군요.
어떤 꽃을 꺼내어 당신에게 보여드릴까요?
수줍음에 얼굴 숙인 꽃망울도 있습니다.
발끈 화를 낸 표정의 빨간 꽃도 있군요.
외롭게 흔들리는 코스모스도 있습니다.
어떤 꽃으로 당신을 보여드릴까요? 당신은 마술사입니다.
영원히 처녀의 모습을 잃지 않는 마술에 능숙하군요.”
“호호호, 정말 그래요? 하며 말씀하시는 당신의 얼굴에
벌써 분홍빛 꽃잎이 활짝 피어오르는군요.
역시 당신은 처녀가 분명합니다.”
- 이 의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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